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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스포 짱많음] 연말에 어울리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리뷰

by Dora222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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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이미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이 영화가 조금 슬플 것이라는 것을. 사실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다지 명랑쾌활한 캐릭터가 아니다. 배트맨도 그러하긴 한데 그래도 배트맨은 돈이라도 많지. 원래 애초에 스파이더맨 캐릭터는 특수 요원인 부모님이 임무 때문에 스파이더맨을 삼촌의 손에 맡기고 임무 중에 모두 사망. 졸지에 고아가 된 스파이더맨은 삼촌 부부의 손에서 길러지지만 부모님과 다름 없는 삼촌마저 잃게 되어 그렇게 혼자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조금 어린 청년이다. 그런데 이러한 본래 설정에 비해 지금의 톰 홀랜드가 맡고 있는 스파이더맨은 꽤나 밝았다. 밝고 쾌활하고 재치있었다. 그런 스파이더맨이 본래의 모습에 조금 가까워지는 이야기가 바로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다.

 

히어로의 무게를 보여주는 영화

힘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그동안의 스파이더맨은 참 밝고 쾌활했다. 나이가 어리기도 어렸고 캐릭터도 뭔가 밝고 구김 없이 큰 것 같은 이미지가있었다. 그런데 이번 화에서는 그러한 스파이더맨이 웃을 수 있는 순간이 많지 않았다. 이 리뷰를 쓰며 다시 생각해봐도 그가 밝게 웃은 장면이 몇이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의도치 않게 정체가 밝혀지면서 꽤나 곤란해진 스파이더맨.

결국 본인의 정체가 밝혀진 것으로 인해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MIT에 불합격하는 피해를 받게 되자 모두가 자신을 모르던 때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주문이 스파이더맨이 철없이 자꾸 여러가지 조건을 더하면서 망가지게 되어 아주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멀티 유니버스. 즉 평행 우주에 존재하는 스파이더맨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이 세계관으로 끌어 오게 된 것. 그래서 전작에 나왔던 악당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예고만봐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전작에 나왔던 악당들을 전작에 나왔던 스파이더맨들과 함께 으쌰으쌰 무찔러버리는 내용일거라 예상했는데

전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아래 스포 주의)

 

사람은 누구나 두번째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어.

 

이런 뭐랄까 히어로 영화에서는 보지 못한 가치관을 들고 나오며 스파이더맨의 숙모와 스파이더맨 그리고 그 친구들이 이 악당들을 죽음에 처하는 원래 운명에서 구해내어 갱생을 시키자는 뜻으로 닥터 스트레인지를 따돌리고 이 악당들을 데리고 도망간다. 여기서 살짝 나는,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히어로 영화라는 것이 모름지기 선과 악이 분명하고 선이 악을 때려부수는 권선징악의 틀이 어쩌면 그 골자이자 매력인데 갑자기 갱생으로 간다. 이 어려운 가치관을 끌고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결론은 결국 이 스파이더맨은 그 힘든 길을 택했고 걸었다. 사실 톰 홀랜드가 맡은 이 스파이더맨은 그 전작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도 비슷한 선택을 한다. 본인을 진심으로 죽이려 달려들었던 전여친의 아빠를 죽이지 않고 다만 꽁꽁 묶어 경찰에 넘긴 전적이 있다. 그 때부터 이 스파이더맨은 이런 특징을 조금씩 드러내긴 했었는데 이번 화에서 더 곤고히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참 보기 드문 길을 걷는 히어로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는 것이 인생

이 영화는 이게 살짝 뭐랄까,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한데 이야기를 좀 많이 담고 있다. 게다가 모두 무거운 이야기이다. 위에 말한 가치관도 사실 그다지 가볍지는 않다. 단순히 악을 때려 부수면 끝. 이러면 보는 우리가 생각할 거리가 별로 없는데 '제 2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면 뭐랄까, 정말? 인간이 변할 수 있는가. 그럼 몇번까지 기회를 줘야하는가 등등 보면서도 사실 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이 외적인 고민에 하나 더하여 스파이더맨의 내적 고민을 담고 있다. 

 

피터 파커로의 삶 VS 스파이더맨의로서의 삶

 

전작에서도 사실 이런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긴 했는데 결국 이 영화에서는 이 고민의 결론을 짓는다. 이 어린 친구는 글쎄, 어리니까 당연하겠지만 욕심과 열정이 많아 모두 다 갖고 싶어 했다. 피터 파커의 삶과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 하지만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지기 위해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내려놓는 일. 결혼을 하면 결혼을 하기 전과의 삶과 달라지는 부분이 생기고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낳기 전의 삶과 달라지는 부분이 생긴다. 무언가 내려 놓아야 한다. 결국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로서의 삶을 내려놓았다. 세상 모두가 스파이더맨을 잊어버리는 것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스파이더맨은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그 주문을 외워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절친과 여자친구에게 약속했다. 너희들이 나를 잊어버리더라도 내가 찾아가 말해주겠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들을 찾아갔지만, 그는 그저 그들이 잘지내는 것만을 보고 돌아나왔다.

 

본인이 스파이더맨이기에 짊어져야하는 무게를 사실 저들은 짊어질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다시 그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면 자신과 함께 한다는 이유로 그 짐을 함께 짊어질 그들을 생각하며 그저 그들을 놓아준 것이다. 이렇게 영화가 끝나가며 마지막 홀로 텅빈 방 안에 들어가는 피터 파커의 모습을 보며 영화 제목을 떠올리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노 웨이 홈. 더이상 피터 파커에게 그를 따스히 반길 사람들, '홈'은 없었기에 돌아갈 길도 없어졌는 것을.

 

다시 셋이 뭉쳐있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연말에 어울리는 영화

함께 추억에 잠길 수 있게 하는 영화

이번 영화는 이미 개봉 전에 예고 되었다시피 이 전의 스파이더맨들이 모두 등장하는 선물 보따리같은 영화이다. 사실 전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살짝 영화가 루즈하다. 그런데 전 스파이더맨들이 모두 등장하면서부터가 아주 흥미진진해진다. 그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약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가 영화를 관람했던 관에서는 박수와탄성이 함께 터져나왔다. 코로나 이후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간 적이 처음이었는데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며 탄성을 내뱉는 순간, 이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추억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거겠지만 스파이더맨들의 얼굴은 예전같지 않았다. 그 시절 정말 어리고 젊다고 생각했던 앤드류 가필드에게도 세월의 흔적이 엿보였다. 사실 아마 요즘 기술이라면 그들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도 우리와 함께 세월을 보내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한해가 마무리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젊고 풋풋함을 잃어버린 그들과 그리고 나를 함께 느끼며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두 옛 스파이더맨들이 현재 스파이더맨인 톰 홀랜드와 젠다이아를 보는 눈빛을 보며 그들도 뭔가 추억에 잠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전 스파이더맨들도 상대 배역과 사랑에 빠졌었기 때문에 지금 실제로 스파이드맨을 찍으며 사랑에 빠진 둘을 보며 옛 추억에 빠지지 않는 것이 더 힘들지 않았겠는가. 그런 그들의 눈빛과 아직 어리고 풋풋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눈빛이 뚝뚝 떨어지는 톰 홀랜드와 젠다이아. 이런 것들을 한 화면으로 보며 이 영화들과 세월을 함께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추억에 잠기는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이다.

 

총평

솔직히 음, 영화 자체를 막 엄청 잘 만들었다. 너무 재밌다. 눈을 뗄 수 없다. 이 정도로 막 별점 5점을 주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아쉬운 점을 먼저 말하자면 무거운 주제를 너무 많이 담아 영화가 전체적으로 좀 무겁고 어둡고 그로 인해 초반에는 좀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 그런데 거기다가 좀 내 생각에는 과하리만큼 말장난이 많다. 중간중간 감초처럼 등장한다면 재미 요소가 되겠지만 이 영화에 담긴 주제가 꽤 무거운 만큼 진지하게 보며 나도 함께 무거워질라고 하면 자꾸 말장난을 해서 뭔가 이 영화가 지금 진지한건지 가벼운건지 약간 헷갈리게 만든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파이더맨의 결투씬은 확실히 화려하고 볼만해서 히어로물을 보러 왔구나 하는 기분이 들게 아주 신명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바로 전작에 등장했던 스파이더맨들과 악당들의 등장이다. 과연,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때를 기다릴 뿐이라고 했던가. 악역들도 정말 연기력이 어마어마하고 이전 스파이더맨들도 ... 아주 중요한 장면을 위에 언급하는 것을 잊었는데 본인의 여자 친구를 구하지 못했던 앤드류 가필드가 젠다이아를 구하고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정말. 최고였다. 사실 이 영화는 어쩌면 지난 스파이더맨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매력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전 스파이더맨들을 모두 챙겨본 사람이라면 연말에 추억팔이하며 보기 정말 딱 좋은 영화이다. 뭔가 옛날 졸업앨범을 뒤지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시작은 아쉽다가 끝은 만족스러웠던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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