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없음] 와이 우먼 킬 시즌1

 와이 우먼 킬. 왓챠에서 이 미드를 처음 광고하기 시작했을 때 이 얼마나 요즘 시대에 확 끌리는 제목인가 하고 생각했다. 요즘 같이 여성의 지휘권을 가져오는 양상의 드라마나 영화가 판치는 시장에서 '와이 우먼 킬'이라니. 여성 킬러는 사실 그다지 흔한 소재가 아니다. (물론 최근 미드에서는 종종 보이기도 하지만. 후에 리뷰할 킬링 이브 같이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여성 킬러가 3명이나 등장하는데다가 이들이 각각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 훨씬 더 주목을 끈다. 게다가 각각 다른 시대를 너무나 화려하게 드러내는 영상미라니! 이 미드를 보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가장 옛 시대에 살고 있는 베스 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여성의 지위와 모습

 

앞서 말했듯 이 드라마에서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하고 각각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캐릭터들은 너무너 확연하게 그 시대의 여성상을 드러내준다. 베스 앤은 전업 주부이며 남편을 챙기고 집안을 가꾸고 요리를 하는 것을 유일한 삶의 목표이자 행복인 것처럼 살아간다. 그리고 21년 뒤에 이 집에 살게 된 시몬은 사교계의 유명 인사로 남편보다 훨씬 재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집안을 이끄는 가장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21년 사이에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변화되었는 지를 우리가 몸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35년 뒤에 등장하는 테일러는 무려 '페미니스트' 변호사. 게다가 양성애자이다. 중언부언 설명 없이 캐릭터의 성격과 직업 만으로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를 나타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아, 과거의 여성은 저러했구나. 아, 지금의 여성은 이러하구나. 시대가 여성에게 미친 영향이 크구나.'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만족스러운 것은 이 세 여성이 모두 진취적이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싸울 줄 알고 자신을 아낄 줄 아는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죽이면서까지 말이다. (물론 살인은 옳지 않다.) 

 

두번째 주자, 시몬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미적 가치

 

이 드라마를 보게 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일단 포스터부터 눈을 확 사로잡게 감각적이다. 마치 광고 화면을 보는 것 같이 다채로운 색감과 연출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앞서 말한 세 여성의 공통점은 한 집에서 살았다는 것인데 베스 앤이 살았던 집에 후에 시몬이 살게 되고, 시몬이 살던 집에 후에 테일러가 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더 재밌는 것은 이들이 살아온 시간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인데 그래서 한 집에서 일어나는 과거와 현재의 일들의 뒤섞여 보이면서 묘하게 신비로운 기분이 든다. '내가 살던 집에도, 이 전에 다른 역사가 있었겠지.'하고 말이다. 그리고 또 재밌는 부분은 인테리어 또한 바뀐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이미 포스터에서 느낄 수 있듯 매우 분명하게 그 시대의 미적 기준을 보여주는데 여기에 세 시대를 관통하며 등장하는 집 또한 한 몫을 더한다. 인테리어가 각 시대의 미적 기준을 반영함으로서 우리가 순간순간 어느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각 시대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심미적 가치로도 충분히 볼만한 드라마이다.

 

마지막 주자, 페미니스트 변호사. 테일러

한국인이 가장 못 참는 '왜'로 시작하는 드라마

 

그런 말이 있다. 한국인을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말하다 마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제목부터 이들이 살인을 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한국인들은 '그래서 왜 죽였는데? 아니, 누가 죽였는데? 누구를?' 이라는 꼬리를 무는 질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같은 ENTP는 매우 몹시 나와 같이 궁금증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나는 정말 이러한 구성에 제대로 낚이는 사람이라 아주 한방에 낚여 이 드라마를 눈을 떼지 못하고 한번에 끝까지 다 본 1인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단순히 낚였다는 기분이 들게 하지 않는 탄탄한 스토리와 서사, 감동이 있어서 다 보고 나서도 정말 잘봤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여성이고 본인의 행복을 찾아 진취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을 보고 싶다면 이 드라마를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