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를 이렇게까지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영화가 있을까. 칸에서 무려 황금종려상을 받은 한국 영화. 아주 셀 수 없이 나열할 수 없이 많은 상을 받은 영화이다. 제목은 들어봤는데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한번 보시라. 그런데 음.. 조금 막 행복, 상쾌 이런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미리 경고하는 바이다. 이제부터는 스포 포함이니 스포 주의.
전세계를 강타했다는 이유만으로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
기생충. 영어로 패러사이트. 이 영화가 이렇게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면 난 기생충이 영어로 뭔지 몰랐을 것이다. 살면서 이 단어를 말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근데 칸에서 패러사이트! 가 불리는 순간을 여러번 보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이 단어를 외우게 되었다. 아시아, 한국의 영화인데 다른 나라를 말 그대로 발라버렸다. 이게 우리가 항상 대세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이 정도로 전세계를 떠들석하게 만드는 영화라면 왜 그럴까 한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래 봉준호 감독을 좋아하기도 해서 볼 생각이 있었는데 이 정도의 떠들석함이라면 그의 영화가 아니었더라도 아마도 나는 봤을 것이다.
참 직관적인 영화. 기생충
내가 이전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 사람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쾌감과도 같다고 말을 했었다. 봉준호 감독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원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영화가 참 직관적이다. 복잡하게 이해를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보면 눈에 보이는. 그것이 그의 영화이다. 마치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학교에서 자습 시간에 공부는 하기 싫고 이래 저래 교과서를 뒤적이다가 문학책에서 지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라? 뭔가 재밌어. 어라? 뭔가 교과서에 실릴 만큼 작품성이 있다하는데 뭔가 찝찌부리하고 뭔가 그래. 이런 '운수 좋은 날'같은 직관적이고 쉬운 매력이 있다. 이 영화 해석은 정말 여기저기 많이 널려 있으므로 한번 검색해보면 상당히 여러가지 부분에서 봉준호 감독이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을 굳이 찾아 이해하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에서 우리는 그 부분을 쉽게 머리 속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는 부자가 나오고 가난한 자가 나온다. 그것은 단지 금전적인 차이일 뿐인데 마치 계급의 차로 느껴지고 우리가 마치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때가 간혹 있다. 이 부분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다. 부자인 조여정님이 사는 집에서 가난한 사람인 송강호님이 사는 집으로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은 내내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내리막길을 또 내려가다 결국 도착한 집 마저 지상도 아닌 반지하. 이렇게 직관적일 수가 있을까. 이 부분이 상징적이라는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이들이 이 가난한 가족들이 비를 맞으며 비참한 몰골로 아래로 아래로 뛰어내려가는 모습을 보다보면 나의 기분도 함께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내려간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반지하에 나도 함께 도착하게 된다. 뭔가 비에 젖은 몸처럼 찝찝한 기분과 함께. 이렇게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직관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 영화를 보더라도 이 감독이 전달하는 바를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다. 물론 제목부터 한단어로 이 영화의 내용을 축약해서 담고 있는 것에서도 이미 상당히 직관적인 영화이다. 기생충을 두고 사람들이 칭찬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이 영화는 상당히 예술적인 영화인데 상당히 상업성이 높다. 상업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간혹 미술관에 가면 막 엄청 막 몇 억이라고 써있는 작품이 막 점 하나. 딱 찍혀 있고. 이런 경우 우리는 왜 저것이 몇 억이나 하는지 이해할 수 가 없다. 이렇듯 예술성과 상업성은 상당히 공존하기 힘든 두 가지 가치 인데 봉준호 감독이 이 어려운 것을 해낸다 이말이다. 그러니 상을 휩쓸지 않았겠는가.
탄탄한 배우가 없이 영화가 성공할 수는 없다.
위의 포스터에 충숙 역할을 맡은 장혜진 배우님을 검색해보면 아마 놀라게 될 것이다. 저 포스터 속 여인과 전혀 다른 인물이 나올테니까. 저 포스터 속 여인 충숙은 과거 투포환 선수를 했던 아주 강인한 여성이다. 그리고 당신은 포스터를 보며 그 설명을 듣게 된다면 '어, 그럴 만하네. 그렇게 생기셨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저 분의 평소 모습은 세상 우아하기 그지 없다. 하, 참 봉준호 감독님은 대단한 눈썰미를 지니셨다. 김혜자 선생님의 눈속에서 광기를 발견한 것처럼 우아한 장혜진 배우님 안에 야성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장혜진 배우님은 저 역할을 맡기 위해 몸집은 키우는 노력까지 하셨다고 한다. 저 분 한 명으로 설명이 되듯 이 영화의 모든 배우들은 참 연기를 잘한다. 이게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되는 것. 그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온 영화이다. 내가 한국 영화나 한국 드라마보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선호하는 이유는 한국 배우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입이 좀 어렵다. 아 이선균님 집에서 와이프가 보고 계실텐데 저런 장면 괜찮나. 등 괜한 오지랖과 생각들 때문에 집중이 어려운데 이 영화는 다 아는 배우가 나옴에도 (아, 물론 박소담님과 최우식님, 장혜진님은 이 영화 전에 그닥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는 배우들은 아니였다.) 그게 거슬리지 않는다. 이들의 몰입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냥 썰을 하나 더하자면 원래 이선균님 역할을 고 김주혁님께서 맡을 것으로 봉준호 감독님은 생각하고 계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하게 되자 다른 후보들을 찾았고 이선균님이 너무나도 간절히, 마치 신인 때 일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오디션을 보아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다들 얼마나 잘하고자 했는지 충분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잘 만든 영화라고 기분 좋은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참 잘 만든 영화고 나도 참 재밌게 봤지만 모두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그다지 기분 좋은 영화는 아니다. 게다가 만약에 본인이 그다지 부유하지 않았다면 상당히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다. 뭐랄까. 마치 내가 몰래 코를 파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러 명이 그걸 갑자기 확 쳐다보는 느낌? 뭔가 미묘한 수치심이 든다. 주인공들이 가난해서 느끼는 수치심, 모멸감 등이 나에게 그대로 전달이 된다. 만약 내가 살면서 한번이라도 가난함 때문에 수치심을 살짝이라도 느낀 적이 있다면, 느낀 적이 있는데 그것을 애써 무시하거나 묻어두려 한 적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볼 때 그 부분이 분명 드러날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영화를 아무에게나 추천하지는 않는다. 좋지 않은 감정을 선물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음... 그래도 나는 봤다. 나는 어떠한 감정이든 느끼는 것 자체가 영화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꼭 좋지 않은 감정이라 하더라도, 뭐랄까 쓴 맛도 맛이니까? 한번 먹어봤다. 만약 당신도 씁쓸함도 에스프레소 먹듯이 먹어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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