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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스포 있음] 라이프 오브 파이

by Dora222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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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에는 간혹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가 있다. 영상미 혹은 사운드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들이 그러한데 이 영화도 그런 영화 중 하나이다. 나는 운좋게도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았는데 아, 정말 내가 바다에서 포류하는 기분이 들면서 정말 깜깜한 밤 중에 바다 위에 떠있는 기분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 후에 TV에서 다시 이 영화를 보았는데 고래가 뛰어오르는 장면에서 고래가 돌고래 정도로 보이는 것을 보고 '아, 이건 영화관에서 봤어야 되는건데' 하고 개탄을 금치 못하였다.

 

마치 동화책을 읽는 것 같은 영화

이 영화는 뒤의 반전이 있기 전까지는 마치 동화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영화이다. 누군가가 겪은 일을 들려주는 구조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등장하는 것들이 소년과 동물들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옛날옛날에~'로 시작하는 느낌의 영화이다. 그리고 더욱 이 영화를 동화같이 만드는 것은 아름다운 화면이다. 실제로 육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바다 한복판에서 밤을 보낸 적이 없어 실제 모습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화면들은 이 소년이 생사를 오가는 것만 제외하고 본다면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과 그 별들이 비친 바다. 마치 우주 한가운데 떠있는 것 같은 와중에 발광하는 해파리들.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고래까지. 생사가 보장되어 있는 상황에서 겪는다면 이만한 패키지 여행이 없을 듯 하다. TV로 본다면 약간 조잡해보일 수 있는데 영화관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내가 영화관에서 본 화면이 아름다운 영화 중 손가락에 꼽는 영화이다. 게다가 동물들은 당연하겠지만 CG인데 CG인데도 그게 막 엄청 티나지는 않는다. 간간히 CG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만 대체로는 그렇지 않아서 보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는 영화이다. 

 

동물과 교감하는 소년, 정글북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영화의 후반이 오기 전까지는 소년과 호랑이의 교감, 우정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동화같다고 느끼게 된다. 스포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스포를 원치 않는데 읽고 있었던 분들은 이제 읽지 말아 주시기를) 동물원을 운영하던 주인공 소년 '파이'의 가족들이 이민을 떠나기 위해 동물들을 가득 싣고 배를 타고 가던 중 폭풍우를 만나서 배가 침몰하고 혼자 살아남은 파이는 얼떨결에 다친 얼룩말과 굶주린 하이에나, 오랑우탄과 호랑이까지 함께 구명 보트에 남게 된다. 당연 혼자서 이들을 다 제압할 수 없는 소년 '파이'는 그저 자신의 몸 지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동물들은 자기들끼리 항상 하던대로 약육강식의 법을 적용해 하나하나 죽음에 이르고 결국 호랑이만 남게 된다. 이제 호랑이와 파이 둘만 남은 상황에서 이들은 꽤나 오래 구명보트 위에서 표류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서로 경계만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예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등장인물이 한명인 영화는 상당히 상황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수없이 생각하며 영화를 보게 된다. 저 호랑이를 어찌 해야 될까. 죽여야할까. 같이 살 수 있을까. 등등. 아무튼 어찌되었건 서서히 마음을 여는 두 생명체를 보고 있다보면 마음에 훈훈함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이 정글북같은 것을 볼 때와 비슷한 기분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을 때린다?

이렇게 흐뭇-하게 영화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이 영화는 당신에게 싸다구를 날린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파이가 어른이 된 후 자신이 겪었던 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구조인데 이야기를 듣던 사람이 갑자기 '에이- 좀 더 사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세요.' 라는 얼탱이 없는 소리를 날리자 파이가 갑자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강력 스포니까 주의) 사실 구명보트에 같이 남았던 것은 동물들이 아니라 사람들이였다고. 다리를 다친 얼룩말은 다리를 다친 선원. 오랑우탄은 어머니. 하이에나는 요리사. 호랑이인 파이는 자기 자신을 의미했던 것이라 말한다. 얼레? 영화에 몰입해서 마음이 찡해졌던 나에게 갑자기 이런 빅엿을 선사하다니. 정말 뒷통수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더 재미난 것은 파이가 어떠한 이야기를 믿던 그것은 당신의 자유라는 이런 아주 더 얼탱이가 나가는 멘트를 날린다. 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보는 내내 그저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인가보다 생각하다가 갑자기 여기서 이 영화 전체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아주 매력이 대단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결말과 스토리에 대해 얼마나 많이 검색했나 모른다. 파이의 대사 그대로 무엇을 믿건 그것은 당신의 자유이다. 하지만 나는 저 소년이 겪은 일이 그저 아름다운 동화였기를 바란다. 아니라면 너무 마음이 아프니까.

 

라이프오브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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