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도 한창 유행하던 타이밍이 있었는데 그 타이밍에 보려고 시도했을 때 너무 적나라한 화면에 화들짝 놀래서 껐었다. 미드라는 것이 워낙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오다보니 야한 것은 약간 덤덤해지긴 했는데 야한 것이 아니라 적나라한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그냥 갑자기 눈 떠보니 대중탕 한가운데 나만 옷 입고 있는 기분이랄까. 이 드라마는 배경이 감옥이다보니 인권이 보호받지 못해 적나라한 장면이 자주 나오고 의외로(?) 야한 장면도 간간히 나온다. 근데 이 드라마는 그게 다가 아니다. 보다보면 의외로 생각이 많아지는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다.
감옥에 가게 된 사람들
이 드라마는 상류층에서 평화로운 삶을 누리던 주인공이 갑자기 과거의 일로 감옥에 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녀에게 감옥이란 너무 먼 곳, 아니 존재하지도 않는 세상 같은 것이었는데 어느 날 그 세상에 직접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 상황에 대한 황당함, 당혹스러움 등등이 아주 절절히 묻어난다. 우리도 감옥이라는 곳이 생판 낯설어서 주인공과 같은 심정으로 점점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다. 이 드라마가 재밌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장 인물들이 왜 감옥에 오게 되었는지를 간간히 보여준다는 점이다. 단순히 감옥 안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이 곳에 오기 전의 모습이 나온다는 점이 상당히 신선하다. 감옥에 간 사람들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나는 사실 뭐랄까 상당히 나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다보니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한순간의 실수로, 한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서 감옥에 오게 된다. 그리고 그 세상이 가진 힘 때문에 점점 더 그 세상 안으로 빨려 들어 가는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며 든 생각은 '아, 나도 잘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이었다. 끔찍한 싸이코패스만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환경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문화가 범법 행위라서 자연스럽게 물들어 어느새 본인도 모르게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아주 미치광이라서 감옥에 오게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왠지 모르게 군대가 생각나는 드라마?
나는 군대를 가진 않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군대가 생각 났다. 내 현 남편이 남자 친구일 적에 공군에 갔었고 나는 그의 복무 기간을 기다렸었다. 그래서 뭔가 재소자들이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통화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때의 남자 친구가 생각이 났다. 사람을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한 군데에 모아 놓는 것, 먼저 온 사람이 선배 노릇을 하고 텃세를 부린다는 것, 괴롭힘이 존재한다는 것 등등 무언가 군대와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본인들의 의지와 관계 없이 갇힌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든다. 본인이 원치 않는 상황과 장소에 존재하게 된 화를 약자에게 푸는 비겁한 놈들도 있고 이 사회와 약간 다른 구조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본인들만이 이루어낸 작은 사회의 이야기는 그 안에서는 엄청 커다란 일 같지만 바깥에 가지고 나왔을 때 왠지 별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닭'이 나오는 에피소드가 그러했는데 (스포를 방지하기 위해 자세히 얘기하진 않겠지만) 그 안에서는 그 '닭'이 엄청 큰 일이었으나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닭 가지고 뭘 저렇게 난리지?'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느끼는 소외감과 왠지 모르게 작아지는 것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을 아마 군대에 있는 사람들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즘 군대는 뭐 핸드폰도 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의외로 남자들이 본인들 군대에 있던 시절을 생각하며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름 상까지 받은 드라마
이 드라마는 감옥이라는 상황을 이용해서 자극적인 화면만을 보여주며 흥미를 끄는 작품이 아니다. 그 증거로 나름 에미상까지 받은 드라마이다. 보다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드라마다. 무언가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그게 참 어려운데 그걸 하는 드라마이다. 처음 보기 시작할 때는 주인공이 금방 감옥에서 나가겠지 생각을 했는데 이게 시즌 7까지 있다는 것을 보면 주인공이 계속 못 나가던가 아니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가보다. 사실 나도 시즌 7까지 다 보지 못했는데 다 보지 않아도 추천할만한 드라마라는 것이 팍팍 느껴져서 보다말고 지금 추천글을 쓰는 중이다. 지금부터 보기 시작한다면 나와 함께 보는 거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댓글로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달아주셔도 좋을 듯! 그럼 이만 마저 보러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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